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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지트
나의 첫 아지트는 교회였다.

나무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교회의 뜰안 나무들 사이로 작은 틈새가 있다.

내 키만한 작은 나무들 사이여서

그 공간도 그만큼 작았다.

아이들이랑 소꿉놀이도 하고, 땅도 파고, 나무도 타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.



두번째 아지트는 우리집 뒷산이었다.

거기에는 참 많은 추억이 있다. 

눈이오면 넓은 판자를 타고 아이들 서넛이 비탈을 내려오곤 했다.

내려오다 돌뿌리에 엉덩이가 찍히는 일도 더러 있었지만

그것을 타는 것은 결코 멈출 수 없었다.



세번째 아지트는 폐가였다.

뒷산 아래에는 빌라가 들어서려고 집이 철거되고 있었다.

무슨 연유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

폐가가 한참이나 부셔지지 않은채로 서있었다.

동네 아이들이랑 쓸모없는 식기며 별의별 것들을

다 동원에서 살림 비슷한걸 차려놓은 기억이 있다.



아 또, 내 인생의 가장 멋진 아지트 다락방.

유치원때부터 자란 집인데 우리 집에는 현관을 들어서면

다락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.

티비가 안나올 때 아빠가 안테나를 돌리러 그 문을 이용하는 것

말고는 거의 이용되지 않았던 문이다.

그런데 어느날 오빠랑 그 문을 드러섰다.

주인집 아저씨가 사용하던

옛날 사진기와 카메라 렌즈가 가득했고,

아저씨가 젊었을 때 사용하던 물건들이 가득했다.

가방안에는 예쁜 고양이가 새끼 네마리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.

그 집에는 지하실도 있었다.

내려가면 보일러실이었는데

어렴풋이 고구마를 구워먹던 기억이 있다.



어려운 일도 참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하나의 아지트로 내 어린시절이 기억된다.

내 기억의 공간은 내가 살아가면서 머물 또 하나의 새로운 아지트가 아닐까.



# by hyunear | 2006/05/30 22:27 | 트랙백 | 덧글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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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mini at 2006/06/09 01:49
다시 돌아가려합니다.
과연 어떤것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 할 수 없는 지금....
이것이 저의 최선의 선택이라면 선생님의 말씀처럼 연구소를 저희의 아지트로 만들어 보는것도 좋은 일이겠죠~
다시 일하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~ ^^
Commented by 모범생 at 2006/06/13 11:34
아,,,나에게도 아지트 있는데...근데 어디가서 아지트 얘기하면 다들 만화주인공이냐며 비웃더라구요..ㅋㅋ 블로그 잘 보구 가요~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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